계룡산(신원사 지구)
2010년 10월 23일 아내의 생일이라 아이들과 같이 아침을 먹었다. 8시 반 자동차 엔진오일을 갈러 공업사에 갔다. 다행히 손님이 많지 않아 엔진오일을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등산을 가기로 했다. 계룡산 신원사 지구에 가기로 하고 물을 데워 보온병에 담는 등 배낭을 챙겨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사거리로 갔다. 시내버스 시간표를 보니 신원사행 버스는 10시 20분 이었다.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아주머니 한 분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시루떡을 해 가지고 와 길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나도 한 덩이 받아 맛있게 먹었다.
<신원사 입구에서 바라본 천황봉과 연천봉>
30여분 기다리다 버스가 와 버스에 올랐다. 신원사 입구 갑사와 신원사 갈림길에서 내렸다. 멀리 천황봉과 연천봉이 보인다. 연천봉에 오르기로 하고 갑사쪽으로 가는 아스팔트길을 100여m 걸어갔다. 도로변에는 구절초가 피어있다. 전에는 굿당에 들어가는 길로 들어서 산에 오른적이 있다. 오른쪽을 보니 산속으로 길이 보인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는 않은 길이다. 그 길로 들어서 밤나무 밭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섰다. 한 아저씨가 소나무 숲에서 무엇인가 부지런히 찾고 있다. 등에는 거의 물건이 들어있지 않은 듯 납작한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핸드폰으로 어디엔가 전화를 하면서 땅에 쌓여있는 솔잎을 들춘다. 혹시 송이 버섯이라도 찾는지 모르겠다는 생각하면서 산에 올랐다. 나도 소나무 밑을 살피면서 산에 올랐다. 지금까지 많은 산에 다녀봤지만 송이 버섯을 직접 산에서 본 적은 없다. 그리 가파르지는 않은 숲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다. 아직 단풍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활엽수들의 잎 색깔이 노란, 빨강, 주황 등 여러가지 색으로 바뀌고 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활엽수>
한 참을 오르다. 전망이 확 트인 바위 위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산 아래에는 황금색의 넓은 경천들이 내려다 보인다. 경천 저수지도 내려다 보인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바위 위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경천들과 저수지 사진을 찍었다
<경천들과 저수지>
가파른 길을 한 참 오르니 넓게 닦아 놓은 헬기장이 나오고 연천봉 줄기의 산 봉우리들이 보인다. 흰색의 바위틈 사이에 붉은 단풍이 드문드문 보인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배낭을 벗어 놓았다. 배낭속에서 삼각대를 꺼내 설치했다. 작품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심정으로 카메라 샤터를 눌렀다. 카메라에 시각 조정을 해 놓고 연천봉 아래 펼쳐진 멋진 산을 배경으로 독사진도 찍었다.
<헬기장에서 연천봉 아래 능선을 배경으로 찰칵>
<억새가 좋아 찰칵>
<멀리 보이는 연천봉 능선>
조금 쉬다가 산에 계속 올랐다. 드디어 신원사에서 올라오는 길이 나왔다. 이제 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쌍의 등산객들이 내려오면서 경치가 참 좋단다. 이 길로 내려오기를 잘 했단다. 눈 앞에는 천황봉 능선이 보인다. 천황봉 아래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 여기 저기 노랗고 붉은 단풍들이 바위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천황봉 아래 붉게 물든 단풍>
<숲속을 곱게 물들이는 단풍나무>
능선 따라 계속 오르니 어느 새 등운암에 도착했다. 등운암은 공사가 한 참 진행중이다. 그래서 공사 자재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포크레인이 소리를 내면서 일을 한다. 어떻게 포크레인이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헬리콥터로 운반했을 것이다. 등운암은 연천봉 아래에 있는 절로 물이 나오는 샘이 있어 등산객들에게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있는 절이다. 전에도 여러번 이 곳에서 물을 마신적이 있다. 어느 해인가 4월 초파일에 여기에 왔다가 점심을 얻어 먹은 적도 있다.
<연천봉 아래 등운암>
등운암에서 연천봉으로 오르는 길은 전망이 좋다. 연천봉 아래 계룡면 일대가 훤히 보인다. 계룡저수지, 경천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벌판과 딸기, 오이 등을 재배하는 하우스도 여기저기 보인다. 계룡들판이 훤히 보이는 연천봉 아래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빙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남자 한 사람과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다. 아주머니들은 무엇이 좋은지 깔깔대며 웃는다. 드디어 연천봉(740m)에 올랐다. 이 곳은 연천봉 낙조로 유명하며 계룡팔경 중 3경이란다.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오늘 점심은 컵 라면이다. 배낭에서 컵라면과 보온병을 꺼내 컵라면에 물을 붙고 잠시 기다렸다. 라면을 먹었다. 커피도 한 잔 먹었다. 등산객들도 여기 저기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산에 오면 무엇이든 맛있다고 하면서 내가 먹는 라면 냄새를 맡았는지 라면도 맛있단다. 멀리 보이는 공주신관지구 아파트를 가리키는 부부도 보인다. 연천봉에서 연천봉 낙조 설명판과 천황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연천봉 낙조 설명판>
연천봉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연천봉 고개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연천봉 고개에는 몇 무리의 사람들이 쉬고 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다. 연천봉 고개에서 내려가는 길은 세 곳이다. 신원사 코스, 갑사 코스, 그리고 관음봉 코스 등 시계를 보니 2시10분이다. 3시까지는 내려갈 수 있으려나 생각하면서 신원사를 향해 계단을 내려갔다. 연천봉 고개에서 신원사로 내려오는 100여m는 나무 계단으로 되어있다.
<연천봉 고개>
<연천봉 고개에 오르는 계단>
나무 계단을 내려오니 다시 돌 계단이다. 앞서 가던 아저씨 두 분과 아주머니 두 분이 먼저 내려가라고 길을 비켜준다.. 부부인 듯한 두 쌍이다. 한 아저씨가 다음번에는 가야산에 가잔다. 한 참을 내려오니 다리가 나온다. 다리밑 골짜기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다. 그러고 보니 비가 온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올 여름은 다른 어느 해 보다도 비가 많이 내렸다. 그래서 배추 등 채소 값이 엄청 올랐었다.그런데 초 가을부터 지금까지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은 것 같다.
<골짜기에 설치된 나무다리>
신원사 1.6km 떨어진 곳의 골짜기에는 물이 약간 보인다. 다른 때는 이 곳에서 세수도 했었는데 가을 가뭄이 들어 물이 별로 없다.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니 두 분이 올라오면서 이제 다 왔느냐고 묻는다. 이제 시작이며 지금까지는 평편한 길이었으나 이제부터 가파르다고 일러주고 길을 계속 걸었다. 신하대가 자라고 있는 고왕암에 도착했다. 고왕암 대웅전에는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하고 계셨다.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고왕암>
고왕암은 신원사의 부속 사찰로 의자왕의 명에 의하여 창건하였다고 한다. 신라의 김유신과 당나라의 소정방이 침공하였을 때 백제의 왕자 융이 잠시 이 곳에 피난하였다가 붙잡혔기 때문에 암자의 이름을 고왕(古王)암이라 하였단다.
고왕암에서 신원사로 내려가는 길에 극락교라는 다리가 있다. 극락교 아래에는 골짜기가 있다. 이 곳 역시 가뭄 탓으로 물이 많지는 않았다.
<극락교>
신원사에는 부속 사찰로 고왕암과 금륭암이 있고 보광원 소림원 등 수도승들의 수련원이 있다. 고왕암에서 금륭암으로 오는 길에 잘 포장된 길이 있는데 이 길이 보광원에 오르는 길이다. 금륭암은 고왕암에서 내려오면 화장실이 있고 왼쪽 골자기에 보이는 암자가 금륭암이다. 금륭암에서 조금 내려오면 돌탑이 있고 소림원이 있으며 소림원에는 웅장한 대웅전이 보인다.소림원에서 조금 내려오면 신원사가 경내가 보인다. 담을 치지 않아 곧바로 신원사 경내를 들어 갈 수 있다. 신원사 경내에는 대웅전, 종각 등이 있고, 신원사 위쪽으로 중악단이 있으며 길가쪽으로 신원사 5층 석탑이 보인다. 신원사 5층 석탑은 나즈막하고 볼폼없는 돌탑이지만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다.
중악단은 산신각으로 산신을 모시는 곳이다. 우리 나라에는 묘향산의 상악단, 지리산의 하악단과 함께 민족 정기의 고양과 모든 백성의 합일 및 번영을 기원하던 곳이란다. 지금도 이곳 양화리에서는 동네 사람들을 주측으로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신원사를 둘러보고 신원사 정류소에 도착하여 3시 20분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소림원 옆 돌탑> <중악단>
<신원사 전경> <신원사 오층 석탑>